사극 《이 강에는 달이 흐른다》 속 보부상, 그들의 진짜 역사 이야기
MBC 새 금토드라마 《이 강에는 달이 흐른다》가 2025년 10월 31일 첫 방송을 시작합니다. 강태오, 김세정 주연의 이 작품은 영혼 체인지 로맨스 판타지 사극으로, 웃음을 잃은 왕세자 이강과 기억을 잃은 보부상 박달의 기묘한 인연을 그립니다.
판타지 설정이 강해 실존 인물을 다루진 않지만, 여주인공의 직업이자 드라마의 핵심 장치인 보부상(褓負商)은 조선 후기 사회와 경제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오늘은 드라마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보부상(드라마에서는 부보상으로 표현)의 진짜 역사 이야기를 풀어 보겠습니다.
목차
- 조선 후기의 '보부상': 길 위의 경제인
- 보부상의 뿌리: 삼국시대부터 고려까지
- 보부상의 양면성: 공신에서 ‘관제 폭력배’까지
- 드라마와 역사, 어떻게 연결될까?
- 오늘날에 주는 시사점
- 맺으며
조선 후기의 '보부상': 길 위의 경제인
보부상은 전국을 떠돌며 물품을 유통하던 전문 행상 집단입니다.
- 보상(褓商, 봇짐장수): 가볍고 값비싼 물품(비단·인삼·필묵 등)을 보자기에 싸서 다님.
- 부상(負商, 등짐장수): 무겁고 부피 큰 물품(소금·어물·나무그릇 등)을 지게에 짊어지고 다님.
구분 | 한자 | 주요 물품 |
---|---|---|
보상 | 褓商 | 비단, 인삼, 필묵 |
부상 | 負商 | 소금, 어물, 나무그릇 |
교통이 불편하던 시대에 이들은 전국을 연결하는 이동형 유통망이자 정보 네트워크였습니다.
보부상의 뿌리: 삼국시대부터 고려까지
삼국시대
『삼국사기(三國史記)』 권34, 잡지 제3, 식화지(食貨志)에 따르면, 신라는 소지왕 19년(497)에 시사(市肆)를 두었고 경시서(京市署)를 설치해 시장 거래를 감독했습니다. 식화지는 신라의 시장 제도와 상업 활동을 기록한 자료로 이미 이때부터 활발한 상업 활동과 행상이 이루어졌음을 보여줍니다.
고려시대
『고려사(高麗史)』 권77, 식화지(食貨志)에는 개경과 벽란도가 국제 무역 항구로 번성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또한 『고려사절요(高麗史節要)』 권36, 공양왕 4년(1392)에는 *“부상에게 소금 운반을 맡겼다”*는 기록이 전해집니다. 이는 부상이 단순한 상인에 그치지 않고 국가적 임무를 수행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국가 공인 하의 조직적 상인 집단으로서의 보부상은 조선 후기에서야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보부상의 양면성: 공신에서 ‘관제 폭력배’까지
국가와 민중을 위해 헌신한 보부상
- 상부상조 규율: 『보부상 장정(褓負商章程, 1883)』에는 “동료가 병들면 반드시 구완하고, 죽으면 반드시 장례를 지킨다(病救死葬)” 라는 규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1883년에 제정된 보부상 장정은 상인 집단의 조직적 규율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헌입니다.
- 임진왜란 공로: 『선조실록』 권28(1592년)에는 “보부상 수천 명이 군량 운송에 종사하였다” 는 기록이 보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보부상들이 군량 운송에 참여했다는 기록은 이들의 역사적 공헌을 잘 보여줍니다.
- 수원 화성 축조: 정약용의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 1801)』에는 보부상들이 운반 인력으로 동원된 사실과 장면이 구체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정치와 결탁해 남긴 오점
- 황국협회 사건(1898): 『황성신문』(1898.11.5)은 “황국협회에 동원된 보부상이 만민공동회를 습격하였다” 고 보도했습니다. 황성신문 기사에 따르면 보부상은 정치적 사건에 동원되기도 했는데, 이는 이들의 양면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 독점권 남용: 『승정원일기』 고종 24년(1887) 7월 15일 기사에는 “보부상에게 소금 운송·판매권을 맡겨 민간 유통을 제한한다” 는 내용이 나옵니다. 이는 보부상에게 특정 유통권을 맡겨 민간 경제를 제약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드라마와 역사, 어떻게 연결될까?
《이 강에는 달이 흐른다》에서 보부상 박달은 자유롭고 당찬 상인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실제 역사 속 보부상은 국가적 위기에서 헌신한 공신이자 동시에 정치 권력의 도구가 되기도 한, 빛과 그림자를 함께 가진 집단이었습니다.
드라마 속 로맨스를 보면서도, 이들이 단순한 장사꾼이 아니라 역사의 파고를 온몸으로 겪었던 인물들이라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한층 더 입체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 주는 시사점
보부상이 전국을 누비며 물류·정보·조직력을 장악했던 것처럼, 오늘날의 사회에서도 택배 기사, 배달 라이더, 플랫폼 노동자들이 현대판 ‘길 위의 상인’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플랫폼 노동자 단체나 대형 물류기업은 때로는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자본과 결탁할 경우 서민 생활에 부담을 줄 수도 있습니다. 역사를 통해, 우리는 오늘날 경제와 정치의 관계를 다시 성찰해 볼 수 있습니다.
맺으며
MBC 새 금토드라마 《이 강에는 달이 흐른다》는 판타지 사극이지만, 그 속에 깃든 보부상의 역사 코드는 현실보다 더 드라마틱합니다. 왕세자와 보부상의 영혼 체인지 이야기를 즐기시면서, 동시에 조선 후기 보부상의 의리와 헌신, 그리고 오점을 함께 떠올려 보신다면 한층 깊이 있는 시청이 될 것입니다.
독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오늘날의 쿠팡맨·배달 기사 같은 길 위의 사람들이 보부상과 닮았다고 느껴지시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