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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로의 시무 28조: 성종의 개혁을 이끈 숨겨진 브레인

solutionadmin 2025. 7. 30. 10:48

최승로의 시무 28조: 성종의 개혁을 이끈 숨겨진 브레인

여러분, 혹시 “바른말은 귀에 거슬린다”는 속담을 들어보셨나요? 듣기 거북한 충고가 오히려 더 나은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기도 하지요. 고려 성종 곁에서 나라의 기틀을 바로잡고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인물, 바로 최승로가 그러한 존재였습니다.

 

고려 초의 혼란을 꿰뚫은 개혁안, 시무 28조

고려는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한 이후에도 내부적으로는 지방 호족의 권한이 강했고, 국정은 중앙의 통제력이 미약한 상태였습니다. 특히 불교 세력이 지나치게 커져 민생에 부담이 되고 있었죠.

 

이러한 혼란 속에서 성종은 나라의 기강을 확립하고자 했고, 이때 최승로는 유교적 원리에 입각한 개혁안을 담은 시무 28조를 올려 국가체제 정비에 결정적인 전환점을 만들어냅니다.

최승로의 시무 28조: 성종의 개혁을 이끈 숨겨진 브레인


❖ 왕의 힘을 지방까지! - 지방관 파견의 시작

고려 건국 초에는 중앙에서 지방을 직접 통제하지 못하고 각 지역의 호족들이 자치적으로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백성들은 무단 징세나 사적 폭력 등 갖은 고통을 겪어야 했죠.

 

이에 최승로는 성종에게 지방관, 즉 외관(外官)을 두어 주요 지역을 직접 통치하자고 건의했습니다. 성종은 이를 받아들여 전국에 ‘목(牧)’을 설치하고 관리를 파견하였습니다.

 

이는 고려 역사상 최초의 제도적인 지방관 파견이며, 이후 조선의 전국 군현제(郡縣制)로 발전하는 데 중요한 초석이 되었습니다.


❖ 불교의 폐단을 막고 유교로 다스리다

태조 이래로 고려는 불교를 국교로 삼아 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찰과 승려들이 지나치게 세속화되었고, 백성들의 노동력과 경제력 착취가 심각해졌습니다. 사찰은 고리대금이나 무리한 사역 동원으로 민심을 잃었고, 정치까지 간섭하기에 이릅니다.

 

최승로는 불교를 ‘수신(修身)의 도구’로 인정하면서도, 국가 운영의 원리는 유교적 정치(치국)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성종에게 팔관회, 연등회 같은 불교 행사를 축소하고, 유교 교육기관인 국자감(國子監)을 정비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성종은 불교의 의례를 축소하고 유교를 정치이념으로 채택하여, 고려가 점차 유교 중심의 통치 체제를 확립하는 데 힘을 쏟게 됩니다.


❖ 왕도 비판한다 - 오조정적평의 직언

시무 28조에 앞서 최승로는 다섯 왕, 즉 태조부터 경종까지의 통치 평가를 담은 오조정적평(五朝定績評)을 성종에게 올립니다.

여기서 그는 광종의 과도한 숙청과 왕권 강화에 대해 강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광종은 중국의 학설에 치우쳐 신하를 함부로 죽이고 민심을 잃었습니다.”

 

이처럼 목숨을 걸고 직언하는 그의 모습은 조선의 사간원 같은 언론기구의 정신적 시초로 평가되며, 성종은 이 상소를 진심으로 받아들여 개혁의 추진력을 얻습니다.


❖ 최승로의 진심과 성종의 수용

최승로는 시무 28조를 올릴 당시 56세였으며, 일찍이 신라에서 고려까지 세 왕조를 겪은 경륜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그는 개인의 안위보다 나라를 우선시하며 불의와 폐단을 바로잡고자 했습니다.

 

성종 역시 이러한 최승로의 정신을 높이 평가하여 그를 중용하고,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깊이 애도했다고 전해집니다. 두 사람의 신뢰와 소통은 고려 초기의 제도 확립과 안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 오늘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시무 28조의 교훈

최승로의 시무 28조는 단순한 건의서가 아니라, 당시 고려 사회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유교적 국가체제로의 전환을 가능케 한 역사적 문서입니다. 이후 고려의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쳤고, 조선의 유교 통치 체제로도 계승되었습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때때로 듣기 거북한 ‘쓴소리’를 피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개혁과 발전은 용기 있는 말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시작됩니다. 최승로와 성종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진심과 신뢰, 그리고 바른 말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다시금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