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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드라마 [이 강에는 달이 흐른다]로 읽는 조선의 권력 구조 ― ‘좌상’의 실제 위상은?

by solutionadmin 2025.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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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을 배경으로 주요 출연 인물들이 궁궐을 배경으로 서있는 모습 / 출처: 작성자 직접 제작(AI 생성), 저작권 보유 © 2025

 

편성 변경으로 11월 7일(금), MBC 금·토 21:50 첫 방송을 시작하는 로맨스 판타지 사극 [이 강에는 달이 흐른다].

밤의 궁궐은 조용했지만, 권력의 결은 언제나 소리 없이 움직였습니다. 화면 속 ‘좌상’은 한마디로 조정을 뒤흔드는 절대 권력처럼 서고, 이강의 복수는 좌상이 드리운 두려움 속에서 시작됩니다.

그런데 기록 속 ‘좌상’은 정말 그런 존재였을까요? 이번 글은 로맨스 너머, 제도와 권력의 작동법을 사료와 함께 따라가는 작은 가이드입니다.

 


1) 좌상: 절대 권력? 아니면 보좌의 수장?

드라마는 갈등을 압축하기 위해 권한을 ‘직선’으로 보여줍니다. 하지만 역사에서 ‘좌상(左相)’은 보통 좌의정, 곧 정승(영·좌·우의정) 3축 중 하나를 뜻했죠. 이들의 본업은 임금과 “합좌(合坐)”로 국정을 심의하고, 최종 결재(재가)는 임금에게 있었습니다.

“삼정승 합좌하여 국사를 의논하다” — 『조선왕조실록』 세조 10년 8월 10일 조

또, 좌의정을 포함한 합좌·보좌 기능은 『조선왕조실록』 전반에서 좌의정 표기로 확인됩니다.

2) 정승은 크되, 제도는 더 크다 ― 삼정승·삼사

조선의 정치는 여러 갈래 실이 묶인 매듭이었습니다. 삼정승이 합좌로 방향을 잡고, 옆에서는 삼사(사헌부·사간원·홍문관)가 상소·간쟁으로 속도를 제어했죠. 정승이 강해질수록 대간의 목소리도 커졌고, 왕은 인사·기구 조정으로 저울의 균형을 맞췄습니다.

삼정승의 합좌·합의는 『경국대전』 의정부조에 상세 규정.

“사간원 상소로 대신의 청을 바로잡다” — 『조선왕조실록』 성종 10년 7월 2일 조(삼사의 언론·감찰 기능이 실제로 작동한 사례)

3) “직함”보다 “시국”이 권력의 무게를 바꾼다

권력의 중심축은 시대에 따라 움직였습니다.

  • 성종~중종: 훈구–사림 견제 속 대간의 힘 강화 → 절차의 무게 증가
  • 선조~광해군: 전란으로 비변사 비대화 → 의정부 상대적 약화
  • 영조·정조: 규장각·장용영 등 왕권 직할 장치로 균형 재조정

“비변사에서 국사 대부분을 결정하다” — 『조선왕조실록』 선조 25년 10월 9일 조(임진왜란 전후 비변사 비대화의 단면)

4) 권신은 어디에서 태어나나 — ‘직함 바깥’의 네트워크

왜 어떤 좌상은 ‘권신(權臣)’이 되었을까요? 답은 직함 밖에 있습니다.

  • 내명부 라인: 대비·상궁의 보이지 않는 설득과 제어
  • 문벌·혼맥·학맥: 인사 추천·이권 공유의 비공식 통로
  • 군권 접속: 비변사·병조 라인과 결합 → 실질 지배력 상승

“사헌부, 권신의 사사로운 인사 개입을 탄핵하다” — 『중종실록』 중종 14년 2월 22일 조

5) 사극이 자주 직선화하는 세 가지 오해

인사 전횡: 현실은 왕의 재가 + 대간 감시가 상시 작동. ‘한마디로 좌천’은 드라마적 압축.

군사 장악: 전시의 비변사가 강했어도 상시적 단독 군령권은 드뭅니다.

세자 압박: 유교 국가의 법·예, 간언·윤허가 문지기처럼 서 있었습니다.

6) 오늘의 관료제에 비춰 보기

의정부 합좌 ↔ 오늘의 국무회의, 왕의 재가 ↔ 대통령 결재, 삼사의 간쟁 ↔ 국회 통제·감사·사법심사·언론 검증.

전란기에 비변사가 비대해졌듯, 오늘도 위기에는 국가안보회의/위기관리체계로 권한이 일시 집중됩니다.

의정부 합좌 관련 규정과 실무 기록 — 『경국대전』, 『조선왕조실록』 각 임금 연간 의정부 합좌 기사

7) 사람으로 보는 제도의 얼굴 — ‘좋은 정승 vs 나쁜 정승’

류성룡(1542–1607) — 戰時行政 (전시행정) 제도로 나라를 구한 정승

임진왜란의 불길 속 전쟁 내각의 머리. 『징비록』으로 실패를 기록·학습하고, 이순신·권율을 지키는 인사 결단으로 국운을 붙들었습니다. 무엇보다 군량·수송·보급 같은 ‘보이지 않는 행정’을 바로 세워 전황을 바꾸었죠.

윤원형(1503–1565) — 제도를 사유화해 자신을 무너뜨린 권신

문정왕후의 친정 동생. 을사사화 이후 정적 제거, 매관매직과 이권 개입으로 정치를 사사화. 후견 세력이 사라지자 권력은 모래성처럼 붕괴했습니다.

근거(사료)

『명종실록』 명종 16년 12월 2일 조 — 대간의 윤원형 탄핵 상소 기사

한 줄 요약: 같은 ‘정승’이어도 제도를 “국익의 도구”로 쓰느냐 “사익의 도구”으로 바꾸느냐에 따라 역사가 갈렸습니다.

8) 관전 체크리스트 6 (읽는 재미 업)

  • 합좌 → 재가 절차가 장면에 보이나?
  • 대간의 명분(상소/탄핵 논리)은 무엇인가?
  • 비변사·병조가 전면에 등장하는 순간은?
  • 경연(홍문관/규장각적 요소)이 세자의 판단을 바꾸는가?
  • 내명부 라인이 문턱의 힘으로 누구를 움직이나?
  • 좌상이 실제로 쥔 건 인사/재정/군사 중 어디까지인가(대사·소품 체크).

9) 미니 글로서리

  • 좌상(左相): 관례적인 표현 으로 정식 명칭은 좌의정
  • 정승(政丞): 영·좌·우의정(의정부 수반·부수반)
  • 삼사(三司): 사헌부(감찰)·사간원(간쟁)·홍문관(경연·자문)
  • 비변사(備邊司): 전란기 국방 최고 회의체 → 이후 정치 전반 영향

10) 맺음말 — 로맨스 너머, 제도의 드라마

좌상은 사람의 이름이자 제도의 이름이었습니다. 드라마 속 그는 악역처럼 서 있지만, 현실의 그는 합의와 감시, 네트워크와 시국 사이를 건너는 줄타기꾼이었죠. 그래서 이강의 복수는 개인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제도와 비선이 맞붙는 정치의 드라마로 읽힙니다.

여러분은 좌상이 어느 순간 ‘제도의 벽’에 막힌다고 보시나요, 아니면 ‘비선+군권’의 연합으로 그 벽을 뚫는다고 보시나요? 댓글로 의견을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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