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대사

〈칼, 고두막한의 검〉 속 다섯 종족은 실재했을까? 고구려 오부(五部)와 연결

by solutionadmin 2026. 1. 12.
반응형

고구려 멸망 2년 후, 다섯 갈래 선택지 앞에 선 사람들—상실과 정통성의 갈림길. / 출처: 작성자 직접 제작(AI 생성), 저작권 보유 © 2026

영화 〈칼, 고두막한의 검〉의 ‘다섯 종족 혈투’를 고구려 오부(五部)와 멸망기 정세로 읽어, 칼을 정통성의 은유로 해석합니다.

〈칼, 고두막한의 검〉 속 다섯 종족은 실재했을까? 고구려 오부(五部)와의 연결

평양성 함락 후 2년, 왜 그들은 서로에게 칼을 겨누었을까요. 나라가 무너진 뒤에도 ‘끝나지 않은 싸움’이 남는다면, 그 싸움의 본질은 무기보다도 ‘정통성’과 ‘선택’일지 모릅니다. 영화 〈칼, 고두막한의 검〉이 내세운 “다섯 종족의 혈투”를, 역사 속 ‘다섯’의 틀과 겹쳐 조심스럽게 읽어보겠습니다.

1) ‘다섯 종족’은 멸망기 사료에 그대로 나오나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영화 속 “다섯 종족”이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명칭·구성) 설명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또 한국·중국 정사 서술에서 “고구려 멸망 당시 다섯 종족이 통치했다”거나 “다섯 종족이 혈투했다”는 식의 직접 기록이 중심 줄거리로 정리되어 전해지는 경우도 흔치 않습니다.

(참고: 고구려 ‘오부(五部)’라는 “다섯의 틀” 자체는 정리되어 전합니다. 아래 참고문헌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고구려 오부(五部)란 무엇인가: 한눈에 보는 역할(표)

고구려 초기 국가 운영의 주축이 된 5개 단위 정치체를 오부(五部)라고 부르며, 『삼국지』 계열 기록에는 보통 소노부(消奴部)·절노부(絶奴部)·순노부(順奴部)·관노부(灌奴部)·계루부(桂婁部) 등 5부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또 『삼국사기』에는 비류나부(沸流那部)·연나부(椽那部)·환나부(桓那部)·관나부(貫那部)·계루부 등으로 달리 표기되기도 합니다.

문헌에 따라 표기가 달라지는 이유는, 중국 기록의 음차(소리 옮김) 방식과 전승 과정의 차이, 그리고 후대 사서 편찬 시기의 서술 체계가 겹치기 때문입니다. 특히 ‘나(那)’와 ‘노(奴)’가 같은 발음을 다른 한자로 옮긴 사례로 설명되곤 합니다.

고구려 오부(五部) — 사료로 말할 수 있는 핵심 포인트
부 명칭 주요 특징 및 역할(요약) 비고
계루부(桂婁部) 왕권의 중심으로 이동(왕위 계승 축) 왕권 중심화 흐름과 함께 언급됨
소노부(消奴部) 초기 왕위의 한 축(연노부로도 표기) 표기·대응은 기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
절노부(絶奴部) 왕실 혼인 네트워크의 핵심 축으로 전해짐 ‘왕비 배출’로 단정하기보다 ‘혼인 축’으로 이해
순노부(順奴部) 오부를 구성하는 지배연합의 한 축 단정적 도식은 자료가 제한적
관노부(灌奴部) 오부를 구성하는 지배연합의 한 축 단정적 도식은 자료가 제한적

3) 각 부별로 “왕/왕비”를 말할 수 있을까

이 부분은 기록이 자세히 남아 있지 않아, 확정하기보다 ‘사료에 보이는 흐름’만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왕(王) 배출에 대해 비교적 분명한 흐름

『삼국지』 위서 동이전 고구려조에는 “연노부가 본래 왕을 했으나 차츰 미약해져 지금은 계루부가 이를 대신한다”는 취지의 서술이 전합니다. 그래서 다음처럼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초기 왕위의 한 축: 소노부(연노부)
  • 왕권의 중심으로 이동: 계루부

(2) 왕비(王妃)처럼 보이는 ‘혼인 축’은 어디까지?

같은 기사에는 “절노부는 대대로 왕과 혼인하였다”는 취지의 문장도 보입니다. 따라서 “왕비 배출”로 단정하기보다 ‘왕실 혼인 네트워크의 핵심 축’으로 이해하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3) 순노부·관노부는?

순노부·관노부에 대해 “왕을 주로 냈다/왕비가 주로 나왔다”처럼 딱 떨어지는 도식은, 해당 기록만으로 직접 확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둘은 ‘오부를 구성한 지배연합의 한 축’ 정도로 정리하는 것이 무리 없습니다.

4) 오부는 왜 ‘동·서·남·북·중부’로 바뀌었다고 할까

오부는 한 번 정해지고 끝난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국가가 커지고 수도 체제가 정비되면서, 오부는 점차 수도 중심의 행정·지배 구조로 정리되어 설명되곤 합니다. 국가가 성장하며 수도 중심 통치가 강화되자, 오부는 지배연합의 틀에서 점차 수도 행정 단위로 성격이 바뀌었다는 해석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668~670년대에 ‘초기의 오부(부족적·지배연합)’가 그대로 정치 주체로 작동하며 충돌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약합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고구려 내부 구조의 기억’이 영화 설정에 차용됐을 가능성을 중심으로 읽어보겠습니다.

5) 그렇다면 영화의 ‘혈투’는 무엇을 상징할까

칼은 “무기”가 아니라 “정통성”일 수 있다

멸망 직후의 현실은 낭만적 재건이 아니라 ‘통치의 재편’이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당의 지배 질서로 들어가 생존을 택했고, 어떤 이들은 부흥 세력에 합류해 재기를 노렸으며, 또 다른 이들은 신라의 질서 안으로 편입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여기에 당과 신라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유민 사회 내부에서도 노선과 지도권을 둘러싼 긴장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통성의 경쟁 주체는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보장왕을 둘러싼 왕실의 기억, 부흥을 이끄려는 지도 세력(검모잠·안승 등), 그리고 귀부·편입을 택한 유력층의 현실 논리가 동시에 맞섰습니다.

여러분이라면 멸망 직후, ①당에 귀부 ②부흥군 합류 ③신라 편입 가운데 무엇을 택했을까요?

여기부터는 영화적 해석입니다. 참고로 『삼국지』는 중국 정사로 고구려의 제도·구조를 외부 시선에서 정리한 기록이고, 『삼국사기』는 고려 시대에 편찬된 우리 정사, 『삼국유사』는 같은 시대에 정리된 전승·설화 성격이 강한 기록이라 관점과 서술 방식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영화가 “전설의 검”을 중심에 둔 순간, 칼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이런 질문으로 변합니다.

  • 누가 고구려의 이름을 대표할 자격(정통성)을 갖는가
  • 누가 ‘재건’을 말할 권리가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은 멸망 직후 한 갈래로 모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여러 갈래로 찢어집니다. 그래서 “다섯 종족의 혈투”는 실재 집단의 명단이라기보다, 멸망 이후의 갈라진 노선(선택지)과 책임 공방을 ‘다섯’으로 압축한 장치일 수 있습니다.

다섯이라는 틀은 고구려 내부 구조의 기억을 빌린 장치일 수 있으나, 멸망기에 오부가 그대로 정치 주체로 작동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다섯’은 상징의 언어로서, 멸망 뒤 갈라진 선택을 한 화면에 모아 보여주기에 강한 숫자입니다.

이를 조금 더 과감하게 읽어보면, 고구려가 무너진 이유를 ‘다섯 갈래의 균열’로 압축해 보여주려는 의도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설의 검을 찾는다”는 목표를 ‘나라 재건의 상징’으로 세우고, 재건을 가로막는 갈등과 선택을 ‘다섯 종족’으로 은유화해 충돌시키는 방식 말입니다. 영화 속 혈투는 결국 “칼을 가지는 싸움”이라기보다 “무너진 나라의 이름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다시 붙잡을 것인가”를 둘러싼 싸움으로 바뀝니다.

영화의 ‘다섯 종족’을 ‘다섯 선택지’로 바꿔 본다면, 여러분은 어떤 다섯 갈래를 떠올리시나요?

6) 현대에 비유하면: 위기 뒤에 벌어지는 ‘정통성 전쟁’

큰 위기 뒤에는 사회든 조직이든 비슷한 장면이 반복됩니다. 누군가는 원칙을 말하고, 누군가는 생존을 말하며, 누군가는 책임을 묻고, 누군가는 재건을 외칩니다. 문제는 그 네 가지가 동시에 맞아떨어지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이후의 싸움은 종종 생존이나 재건보다 ‘대표성’과 ‘정통성’을 두고 더 거칠어지기도 합니다.

맺으며: ‘다섯 종족’은 실재 명단이 아니라, 갈라진 선택의 상징일 수 있다

정리하면, 고구려 멸망기 사료에서 “다섯 종족 혈투”를 그대로 끌어오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고구려 역사에는 실제로 오부(五部)라는 “다섯의 틀”이 존재했고, 그 틀은 권력 축의 공존과 긴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결국 이 숫자는 “명단”을 보여주기보다 “갈라진 길”을 보여주는 장치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멸망 이후의 세계에서 누가 살아남고, 누가 모이고, 누가 대표가 되는지. 그 과정이 피로 쓰이는 순간, 전설의 검은 ‘무기’가 아니라 ‘이름’이 됩니다.

영화의 ‘다섯 종족’은 명단이 아니라, 멸망 뒤 갈라진 ‘다섯 선택’의 은유다.


참고문헌(중복 링크 정리)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