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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

언더커버가 있었을까? 90년대 증권사 ‘감독관’이라는 낯선 직업

by solutionadmin 2026.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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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객장 전광판 아래, 숫자가 사람의 ‘자리’를 흔들던 90년대의 분위기 / 출처: 작성자 제작(AI 생성), 저작권 보유 © 2026

90년대 증권사를 배경으로, 감독과 언더커버 설정이 왜 설득력 있는지 금융감독 고증과 현장 분위기로 풀어봅니다.

시작 하는 말

시대드라마 태풍상사에 이어 이번엔 언더커버 ‘미쓰홍’입니다.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 제작발표회 소식은 늘 묘한 감정을 불러옵니다. 삐삐와 복고 패션의 낭만 뒤편에서, 숫자가 사람의 표정과 ‘자리’를 흔들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작품은 배경이 더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킵니다. 증권사, 그리고 감독관, 게다가 언더커버(잠입)까지 등장합니다. “회사물인데 왜 잠입이 필요하지?”라는 질문이 먼저 튀어나오지요.

참고로 현실의 감독은 ‘잠입’보다는 검사·점검이 기본입니다. 그래서 더 궁금해집니다. 드라마는 왜 굳이 이 설정을 꺼내 들었을까요?

오늘은 드라마의 무대인 90년대 증권사와, 바깥에서 규칙을 들여다보는 감독 역할을 가볍게 풀어보려 합니다. 고증을 한 줄만 덧붙이면, 90년대에는 은행·증권·보험 쪽 감독 체계가 지금처럼 하나로 정리되기 전이었고, 외환위기 이후 1998년 금융감독위원회 출범, 1999년 1월 금융감독원(통합 집행기구) 설립으로 체계가 재편됩니다. 외환위기 전후로 감독 체계를 더 효율적으로 묶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던 흐름이지요.

90년대 증권사, 왜 드라마 무대가 되었나

증권사는 일반 회사처럼 보이지만, 본질은 조금 다릅니다. 성과가 곧바로 숫자로 찍히고, 그 숫자가 다시 사람의 평가와 자리로 되돌아옵니다. 무엇보다 금융은 “믿고 맡기는 구조”라서, 불신이 커지면 시장 전체가 얼어붙습니다.

증권사는 기업 자금조달과 투자자 거래가 만나는 자본시장의 관문입니다. 그래서 한 번 신뢰가 흔들리면 파장이 커지고, 감독의 시선이 ‘밖에서 안으로’ 들어올 수밖에 없는 무대가 됩니다.

그래서 증권사라는 공간에는 경쟁만큼이나 질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질서를 점검하는 존재가 바로 ‘감독’입니다.

감독관은 무슨 일을 할까

드라마에서는 편의상 ‘감독관’이라 부르지만, 현실에서는 검사·점검을 수행하는 검사 인력의 역할에 더 가깝다고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핵심은 “한 방에 잡는 사람”이라기보다, 규칙이 책상머리에서만 남지 않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현장을 들여다보고(점검), 이상 신호를 걸러내고(검사·확인), 문제가 커지기 전에 고치게 만드는(시정·개선 유도) 흐름이 작동해야 시장의 신뢰가 버팁니다.

90년대 증권사 언더커버 설정, 왜 필요했을까

현실의 감독은 잠입보다 검사·점검이 기본인데도, 드라마는 왜 ‘언더커버’를 택했을까요. 저는 이걸 현실 재현이라기보다 드라마적 허용으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무리수”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증권사의 문제는 ‘서류’보다 ‘분위기’에서 시작되는 장면이 많다는 점입니다. 겉으로는 규정이 완벽해 보이는데, 안에서는 관행이 규정을 비틀 수 있습니다.

실적 압박이 설명 과장으로 변하는 순간, 고객에게 유리한 정보보다 회사에 유리한 판매가 앞서는 순간, 문서상 동의는 받았지만 사실상 선택권이 없었던 순간이 그렇습니다. 이런 장면들은 바깥에서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드라마는 “안에 들어가야만 보이는 벽”을 보여주기 위해 언더커버를 꺼내 든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이크로 에피소드 1: 여의도 증권가, 전광판 아래에서

여의도 증권가. 객장 한쪽 전광판 아래로 사람들이 모이고, 전화벨이 연달아 울리기 시작합니다. 개장 전 회의실 공기는 묘하게 뜨겁습니다. 전광판 숫자가 오르내리기 시작하면 사람의 표정도 같이 흔들립니다.

“오늘 목표는 이만큼.” “어제 실적은 왜 이랬나.” 말은 업무 보고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자리 배치의 언어가 됩니다. 누가 칭찬받고, 누가 압박받고, 누가 물러서는지가 숫자와 함께 정해집니다. 외환위기 전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겠지요.

마이크로 에피소드 2: 준법 메일과 현장 온도차

점심 무렵, 준법 관련 공지가 메일로 내려옵니다. 문장들은 늘 정확합니다. “주의.” “금지.” “절차 준수.” 그런데 현장에서는 종종 이런 말이 따라붙습니다. “알겠는데… 오늘은 실적이 급해.” “다들 그렇게 해왔잖아.”

여러분이라면 이 상황에서 ‘규정’과 ‘실적’ 중 무엇을 먼저 고르셨을까요.

이런 온도차가 오래 쌓이면, 결국 부담과 손해는 뒤늦게 들어온 투자자에게 돌아가기 쉽습니다. 그래서 감독은 “누굴 혼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균열이 더 커지지 않게 붙잡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오늘의 시사점: 감독은 신뢰의 인프라

감독이 강해지면 시장이 위축될까요. 단기적으로는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은 신뢰가 바닥나면 거래 자체가 멈춥니다. 감독은 겁을 주는 장치라기보다 신뢰가 붕괴되지 않게 받치는 기둥에 가깝습니다.

신호등은 벌금을 위한 장치가 아니라, 사고를 줄이기 위한 장치이듯 말이지요.

다음 글 예고

그런데 90년대 회사에서 사람을 움직인 건 규정과 숫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때는 ‘○○씨’보다 ‘막내’, ‘경리’ 같은 말이 먼저 사람을 자리에 앉히기도 했지요.

다음 글에서는 이 질문으로 이어가 보겠습니다. “호칭은 단지 말버릇이었을까, 아니면 ‘자리’를 배분하는 규칙이었을까.”

2편은 ‘호칭’ 이야기라서 아마 더 많은 분들이 “맞아, 그랬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실 겁니다. 놓치기 싫으시면 이웃추가나 구독으로 조용히 연결해 두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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