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언더커버 미스홍>의 ‘감독관’ 공기에서 출발해, 권력 아래 사람들이 택한 줄서기·기술·이탈 3가지 생존 방식을 짚습니다.
1편·2편 연결
이번 글은 드라마 〈언더커버 미스홍〉 관련 포스팅의 연장선입니다. 지난 편에서 “언더커버가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1990년대 증권사에 등장한 ‘감독관’이라는 낯선 존재가 왜 현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는지 예고해 두었지요.
그때 사람들을 굳게 만든 건 한 개인이 아니라, “점검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불러오는 권력의 공기였습니다. 그리고 권력이 위에서 작동할 때, 아래의 삶은 대체로 세 가지 방식으로 버텼습니다.
핵심 메시지는 한 줄입니다. “권력은 위에서 작동했지만, 삶은 아래에서 3가지 방식으로 버텼다.”
한눈 요약: 생존 방식 3유형 카드
- 줄서기형: 권력에 기대 안전을 확보한다 (장점: 보호/기회 · 대가: 자유 축소/동반 추락)
- 기술형: 규칙·정보·말의 틈에서 길을 만든다 (장점: 우회로 · 대가: 구조가 바뀌면 무력)
- 이탈형: 거리를 두고 리스크를 분산한다 (장점: 충돌 회피/자원 보존 · 대가: 중심에서 멀어짐)
생존은 옳고 그름이 아니라 조건이었다
사람들은 늘 “옳게” 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난세의 선택은 도덕보다 조건이 먼저입니다. 가족의 안전, 먹고사는 문제, 억울한 처벌의 위험 앞에서 “정답”은 하나가 아니었지요.
그래서 저는 생존을 성격으로 보지 않고, 시대가 강요한 형태로 보려 합니다.
유형 ① 줄서기형: 위험을 피하는 대신 대가를 치르다
줄서기형은 권력 가까이 붙어 보호막을 얻는 방식입니다. 조직과 사회가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보호가 있는 쪽으로 몸을 붙이려 합니다. 관아·군영·유력가의 울타리든, 현대 조직의 결재선이든, 핵심은 같습니다. 위험을 피하는 대신, 대가를 치르는 것입니다.
- 자유의 축소: 내 판단보다 ‘윗선의 기분과 줄’이 기준이 됩니다.
- 관계의 의무: 빚을 지고, 갚아야 하고, 결국 더 깊이 얽힙니다.
- 책임의 위험: 권력은 보호도 하지만, 흔들릴 때 함께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 책임의 흐림: “사람”이 아니라 “줄”에 기대면 자리는 남고 사람은 사라지기도 합니다.
유형 ② 기술형: 말과 규칙의 틈에서 길을 찾다
기술형은 권력에 정면으로 기대지 않으면서도, 규칙과 정보의 빈틈을 읽어 살아남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힘으로 싸우기보다 절차·문서·말로 길을 만듭니다. “규정은 막아도, 절차는 길을 준다”는 감각이지요.
- 규칙을 외운다: 법과 관행, 절차의 흐름을 익혀 “가능한 길”을 찾습니다.
- 말을 다룬다: 말 한마디로 갈등을 피하고, 때로는 문을 엽니다.
- 관계를 엮는다: 직접 맞서는 대신, 연결로 우회로를 만듭니다.
다만 한 줄 균형이 필요합니다. 기술형을 ‘처세술’로 미화하면 곤란합니다. 많은 경우 그것은 개인의 재능이라기보다, 불공정한 구조가 낳은 적응이었습니다. 정면으로 맞서면 부러지니, 틈으로 숨을 쉬었던 겁니다.
유형 ③ 이탈형: 떠남과 숨음이 만든 또 다른 질서
이탈형은 위험이 커질수록 거리를 택합니다. 떠나거나 숨고, 판을 바꾸는 방식이지요. 이탈은 누구에게나 쉬운 선택은 아닙니다. 이동 비용, 연고망, 생업 기반이 있어야 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탈은 “겁”이 아니라, 가능한 사람에게는 리스크 분산의 전략이기도 했습니다.
- 충돌을 피한다: 정면 대결이 불가능할 때 살아남는 길은 ‘거리를 두는 것’입니다.
- 자원을 보존한다: 신분·재산·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부를 포기합니다.
- 새 판을 짠다: 떠난 자리에서 관계망을 다시 세팅합니다.
한 사람이 세 유형을 오간다: 정권·전세가 바뀌는 날
세 유형은 고정된 성격이 아닙니다. 시대가 흔들리면 사람도 바뀝니다. 예컨대 어제까지는 윗선에 붙어 안정을 찾던 사람이, 전세가 뒤집히면 문서와 절차로 우회로를 만들고, 끝내는 생활권 자체를 바꾸며 리스크를 분산하기도 합니다.
이 전환이야말로 “생존은 성격이 아니라 조건”이라는 말의 증거입니다.
위는 중앙만이 아니었다: 가까운 권력이 더 직접적일 때
권력은 멀리 있는 법전이나 구호로만 느껴지지 않습니다. 때로는 내가 매일 마주치는 ‘가까운 위’가 더 직접적입니다. 조직에서는 결재선, 현장에서는 감독과 점검, 사회에서는 지역의 영향력과 연결망이 사람의 선택을 바꾸곤 합니다.
그래서 생존 전략도 “중앙의 큰 권력”보다 손에 닿는 권력을 기준으로 짜이기 쉽습니다.
신분·직역에 따라 선택지는 달랐다
세 가지 방식이 모두에게 열려 있었던 건 아닙니다.
- 양반은 줄서기형의 통로(관직·인맥)에 비교적 접근이 쉬웠고,
- 중인은 문서·기술·절차의 감각(기술형)이 강점이 될 수 있었으며,
- 상민은 이동·자본·연고망이 제한되어 이탈의 비용이 더 컸고,
- 노비는 선택지 자체가 크게 좁았습니다.
같은 시대라도 ‘버티는 방식’은 계층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직급·고용형태에 따라 선택지는 달랐다
세 가지 방식이 모두에게 똑같이 열려 있는 건 아닙니다.
- 정규직·핵심부서는 조직의 ‘줄’과 정보에 접근이 쉬워 줄서기형이 유리할 때가 있고,
- 실무형 전문직(기획·법무·재무·총무 등)은 규정·절차·문서를 다루는 힘이 있어 기술형이 강점이 될 수 있으며,
- 비정규직·협력업체·현장직은 이동·저축·연고망이 제한돼 위험을 분산하는 이탈형의 비용이 더 크고,
- 자영업·프리랜서는 조직의 보호막이 약한 대신, 거리두기(거래처 분산·업종 전환) 같은 이탈형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잦습니다.
같은 사회에서도 ‘버티는 방식’은 위치와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남는 질문
여기까지 오면 질문이 남습니다. 왜 아래는 늘 생존을 고민해야 했을까요? 권력이 위에서 작동할수록, 그 비용은 아래로 내려오곤 했습니다. 그래서 생존 전략을 이해하는 일은 개인을 평가하기보다, 구조의 책임을 더 선명히 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정권이 바뀌는 날—오늘까지의 질서가 흔들리는 날—당신이라면 ①줄서기형 ②기술형 ③이탈형 중 무엇을 택하겠습니까? 댓글로 번호를 남겨주시고, 가능하면 (이유도 함께) 적어주시면 다음 편에서 사례로 이어가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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